▲ 은아파트  © 추광규

수도권급행광역철도(GTX)-C노선이 지하로 통과하게 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측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입주민들은 대심도 터널을 뚫는 발파 시 진동과 공사 이후에도 지반 침하 등에 따른, 아파트 균열 및 기울어짐 등의 안전성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우려될 만한 것인지를 이해하려면, 인천 동구 송현동 삼두1차아파트의 경우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바다와는 직선거리로 430m 떨어져 있는 해당 아파트의 지하 42m 지점엔 인천 북항터널이 지나가는데, 지난 2015년 터널 공사가 시작된 후로 멀쩡하던 아파트에 하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집안 곳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아파트 전체가 기울어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조기운 입주자 회장은 당시 배관에 문제가 생기는 집이 많아 아래층과 위층 세대 간 분쟁도 잦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항터널은 주로 사용되는 NATM공법으로 굴착됐다. 이 공법은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구멍을 내는 방식이다. 이러한 발파 과정이 있다 보니 소음과 진동은 불가피하다.

30년 세월에도 끄떡없던 삼두1차아파트가 터널 공사 이후 하자가 잇따르니 입주민들은 발파에 따른 진동이 1차 피해라고 보고 있다. 비교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으나, 터널을 지나지 않는 인근의 삼두2차아파트의 경우는 지금도 하자 없이 멀쩡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피해는 터널 공사가 끝난 이후에도 아파트가 계속 기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사로 유출되는 지하수에 인근 바닷물이 공급되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위쪽 토사를 같이 끌고 내려가 땅 속의 공동화 현상이 생겨 지표면도 같이 꺼지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은마아파트도 인근 탄천을 끼고 있다. 탄천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900m다. 아파트 측은 일찍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탄천 쪽으로의 우회 등 노선 변경을 요구해왔다.

사업을 맡은 현대건설 컨소시엄 관계자는 지난달 “기본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어느 아파트에서 민원이 세게 들어온다고 노선을 옮길 순 없다. 은마아파트를 지나는 국토부 계획을 민간사업자가 변경하긴 쉽지 않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건축 시 문제는

은마아파트 측은 안전상의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지하에 대심도 터널이 있다는 내용이 등기부에 기재되면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미래의 토지 이용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토지의 권리가 미치는 지하의 깊이는 규정해놓지 않고 있다 보니, GTX 등 대심도 터널과 관련 사업자는 소정의 보상과 더불어 구분지상권을 설정해 권리를 보호해왔다.

구분지상권은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타인의 토지에 건축물 기타공작물을 소유하기 위해 지하 또는 공간에 상하의 범위를 정해 설정된 지상권을 뜻한다.

문제는 구분지상권이 설정되면, 토지에 관련한 해당 내용이 등기부에 기재된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교통시설의 대심도 지하 건설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의 하반기 통과를 정부가 추진 중에 있다.

법안으로 대심도 철도사업자와 토지주 간 구분지상권 설정과 보상권을 각각 생략하는 등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하면 은마아파트 등 많은 지역이 부동산 거래에서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