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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행궁길 99칸집 터 리모델링 후 시민에 개방

이해민 기자 | 기사입력 2023/04/11 [11:26]

수원 행궁길 99칸집 터 리모델링 후 시민에 개방

이해민 기자 | 입력 : 2023/04/11 [11:26]

팔단산 아래 화성행궁 옆 99칸집 터 초입 부지에 1977년 건축한 가정집을 수원시가 매입 후 리모델링해 시민에 개방했다. 

▲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공방거리에 위치한 열린문화공간 후소 전경  © 수원시

 

행궁길은 나무, 도예, 칠보 등 다양한 공예체험은 물론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카페, 음식점 등이 있어 이색거리로 꼽힌다. 이 길을 걷다보면 정원을 갖춘 2층 가옥이 눈에 띈다. 

 

1861년(철종 12) 이병진이 지었으며,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근택(1865~1919)이 의적에게 칼을 맞은 뒤 수원으로 이사해 생을 마감할 때가지 살았던 집으로 알려져 있다. 1922년부터 수원의 대지주였던 양성관(1867~1947)이 소유하며 ‘양성관 가옥’으로 불리기 시작한 남창동 99칸집 터다. 팔달산 아래 5200여㎡ 넘는 넓은 대지를 차지했던 남창동 99칸집 일부는 일제강점기 이후 수원지방검찰청, 남창동사무소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1970년대 일이다. 양성관의 후손들이 소유하던 99칸집을 매도해 38개 필지로 분리 매매가 이뤄졌다. 가옥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1973년 10월 일부는 한국민속촌으로 옮겨져 지금도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필지 중 99-28번지(653㎡)는 백내과병원 원장이 매입해 집을 지었는데, 현재 건물의 원형이다. 1977년 신축된 건물은 ‘예술의전당’을 설계한 김석철 건축가가 설계했으며, 이후 40년간 건축주가 거주하며 ‘백내과 원장집’으로 알려져 부촌 가옥의 상징으로 남았다. 

 

수원시는 99칸집 터에 들어선 구옥을 2017년 11월 매입하고 대지면적 1170㎡, 연면적 334㎡, 지상 2층 규모의 백내과 원장집을 리모델링해 시민의 쉼터이자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했다. 시는 다양한 의견을 정취하고 후소 오주석 선생 기념 공간을 만들기로 결졍했다. 

 

먼저 방 2개와 거실, 주방, 식당, 화장실을 갖춘 전형적인 가정주택 구조의 1층은 문화 및 전시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건물 중앙 거실은 전시실로, 안쪽 방 두 개는 터서 교육 및 회의실로, 입구 맞은편 위치했던 주방은 사무실로 재구성했다. 방 2개와 복도, 계단, 화장실, 옥외공간이 있던 2층은 상설전시공간 및 자료실로 바꿨다. 큰 방에 자료를 비치하고, 작은방과 복도 및 발코니를 개축해 ‘오주석의 서재’를 꾸몄다. 현관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주택 구조를 그대로 보존해 집의 느낌을 살렸다.

 

외부는 개방감을 위해 고압적이고 권위적으로 보였던 높은 담장을 대폭 낮췄다. 3~4m에 달해 내부 정원이나 건물 모습이 보이지 않던 원래 담장을 허리께 높이로 내렸고, 재료 또한 공방거리에 어울리는 것으로 바꿨다. 입구쪽에 별도로 존재했던 차고 건물도 철거한 뒤 작은 잔디밭을 만들었다. 1층 거실 공간에서 마당으로 이어지는 나무데크를 설치해 내부 공간이 확장되는 느낌을 연출했다. 정문은 제주도 전통주택에서 차용한 ‘정낭’을 세웠다. 

 

이렇게 리모델링된 열린문화공간 후소는 2018년 9월 시민을 맞이했다. 

 

열린문화공간 후소는 크게 2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1층은 전시공간으로, 2층은 ‘오주석의 서재’로 꾸며져 행궁길 여행 중 가볍게 산책하듯 즐기는 친근한 문화공간이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만큼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전시를 진행해 눈길을 끈다. 오는 8월 13일까지 테마전 ‘에필로그-어느 수원 연극인’이 전시를 진행한다. 수원 출신의 연극인 故 김성열(1954~2019)과 수원의 연극사를 재조명한다. 김성열은 1983년 극단 ‘성(城)’을 창단하고, ‘혜경궁 홍씨’, ‘정조대왕’, 뮤지컬 ‘나혜석’ 등 수원의 문화와 역사를 주제로 한 연극을 만들었다. 

 

나무계단을 올라 2층에 들어서면 수원 출신 미술사학자 오주석의 서재를 재현한 공간을 만나게 된다. 열린문화공간 후소(後素)는 그의 호에서 따왔다.

 

도시정비뉴스 이해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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